2006년 나는 스스로 이 물건을 기획했고, 주변사람들에게 부탁해서 완성했으며, 보물처럼 간직해왔다. 지금 생각해도 어릴 적의 나는 정말 이상한 아이였다.

그리고 2007년 어느 회사에 면접을 보러 가면서 자료로 들고 갔다. 그리고 집에 와서 알았다. 그 건물 화장실에 두고 왔다는 사실을.

떨어진 면접이었지만 그것보다는 '그것'을 잃어버렸다는 것이 훨씬 가슴 아팠다.

며칠을 두고두고 우울해 하지 않았나 한다.

독일로 간 교환학생 6개월이 거의 끝나갈 무렵, 난 이 멋진 시간의 끝에 무언가를 남기고 싶었다.

자의식은 그때나 지금이나 남들보다 조금 더 발달해 있었지 싶다.

A4용지에 설문지를 만들었다.

대충 나란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에 대한 질문들이었고 심지어 나를 그림으로 표핸해달라는 문항도 넣었다.

다양한 국적의 친구들로부터 40여장 정도의 설문지를 돌려받았다.

그런 또라이 짓을 한 건  내가 유일했다.

그걸 잃어버린거다.

친구 한 명 한 명의 필체, 그림, 마음을 잃어버린거다.

다시 떠올려보니 10년이 지나도 아프다.

어떤 이들은 나에게 너는 너무 과거에 집착하는 것 같애..라고 말한다.

그리고 본인은 현재가 가장 행복하다고, (나를 이미 이긴것처럼) 말해버린다.

헷갈리 때도 있다. 그의 말이 구구절절 맞는것 같기도 해서..

무섭기도 하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정작 내가 모르고 있는것 같아서.

그러나 이제는 점점 모든것이 확실해 진다.

나는 "과거를 남겨놓을 줄 아는 사람" 이다.

"미래에 후회하지 않을 현재를 사는 사람" 이며

"내일 죽어도 크게 억울 할 게 없는 사람" 이다.

 

숲에서 멀지 않은 우리집 베란다 창을 열어 놓으니, 태풍 직전처럼 부는 바람에 나무들이 어찌 할 바 없이 흔들린다.

저렇게 큰데도 연신 작은 호를 그려가며 좌우로 흔들거린다.

아기나무일 때 부터 그렇게 흔들리며 자랐겠지.

그러다 보니 시간이 지나 저렇게 커진 거겠지.

큰 나무가 되고 싶지는 않다.

뿌리가 단단하고, 작게나마 그늘이 되는 나무였으면 한다.

이따금 흔들흔들 춤도 추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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