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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카미 하루키
에세이

1. 비행기를 탔다가 내리면 '자아, 이곳은 이제 다른 장소다' 하는 단호한 듯한 느낌을 주지만, 페리라는 것은 목적지에 도착하고 나서 그곳에 실제로 적응하기까지는 미묘할 정도로 시간이 더디게 걸린다.
그리고 거기에는(특히 자동차로 이동하는 경우에는 그런 경향이 더욱 강한데) 어딘가 떳떳하지 못한 일종의 서글픔이 따라다니는 것같은 느낌이 든다. 나는 그런 걸 개인적으로는 굉장히 좋아하지만.

2. 언젠가 4000엔쯤 주고 산 '고양이 펠릭스' 시계가 굉장히 마음에 들었는데, 붙어 있는 벨트가 마음에 들지 않아서 5000엔가량 하는 가죽 벨트로 바꾼적이 있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일시적 기분으로 내 이제까지의 인생 중에서 1,2위를 다툴만한 사치스러운 행동이었다. 예컨대 미네랄워터로 이를 닦는 것 같은 느낌일까. 별로 대수로운 일도 아니라고 한다면 물론 그렇겠지만, 그러나 그 나름대로의 결단이라는 게 늘 필요하게 마련이다.

3. 생활 속에서 개인적인 '작지만 확실한 행복' 을 찾기 위해서는 크든 작든 철저한 자기 규제 같은 것이 필요하다.
예를 들면 꾹 참고 격렬하게 운동을 한 뒤에 마시는 시원한 맥주 같은 것이다.
"그래, 바로 이 맛이야!" 하고 혼자 눈을 감고 자기도 모르는 새 중얼거리는 것 같은 즐거움, 그건 누가 뭐래도 '작지만 확실한 행복'의 참된 맛이다. 그리고 그러한 '작지만 확실한 행복'이 없는 인생은 메마른 사막에 지나지 않는다고 나는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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