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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7 잠

리뷰/책check 2017. 3. 21. 19:07
By 무라카미 하루키


1. 어떻게 톨스토이는 등장인물을 모조리 이토록 능숙하게 자신의 손아귀에 넣어버리는 걸까. 그는 매우 멋지고 정확한 묘사력을 갖고 있다. 선이나 악조차도 선이나 악이기 이전에 하나의 총체적인 정경으로서.

2. 나는 이런 정상적이지 못한 일을 지속한 데 대한 빚을 언젠가 갚지 않으면 안 될지도 모른다.

3. 만일 죽음이라는 상황이 휴식이 아니라면 우리의 이 피폐로 가득한 불완전한 삶에 과연 어떤 구원이 있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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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 예술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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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카미 하루키
에세이

1. 비행기를 탔다가 내리면 '자아, 이곳은 이제 다른 장소다' 하는 단호한 듯한 느낌을 주지만, 페리라는 것은 목적지에 도착하고 나서 그곳에 실제로 적응하기까지는 미묘할 정도로 시간이 더디게 걸린다.
그리고 거기에는(특히 자동차로 이동하는 경우에는 그런 경향이 더욱 강한데) 어딘가 떳떳하지 못한 일종의 서글픔이 따라다니는 것같은 느낌이 든다. 나는 그런 걸 개인적으로는 굉장히 좋아하지만.

2. 언젠가 4000엔쯤 주고 산 '고양이 펠릭스' 시계가 굉장히 마음에 들었는데, 붙어 있는 벨트가 마음에 들지 않아서 5000엔가량 하는 가죽 벨트로 바꾼적이 있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일시적 기분으로 내 이제까지의 인생 중에서 1,2위를 다툴만한 사치스러운 행동이었다. 예컨대 미네랄워터로 이를 닦는 것 같은 느낌일까. 별로 대수로운 일도 아니라고 한다면 물론 그렇겠지만, 그러나 그 나름대로의 결단이라는 게 늘 필요하게 마련이다.

3. 생활 속에서 개인적인 '작지만 확실한 행복' 을 찾기 위해서는 크든 작든 철저한 자기 규제 같은 것이 필요하다.
예를 들면 꾹 참고 격렬하게 운동을 한 뒤에 마시는 시원한 맥주 같은 것이다.
"그래, 바로 이 맛이야!" 하고 혼자 눈을 감고 자기도 모르는 새 중얼거리는 것 같은 즐거움, 그건 누가 뭐래도 '작지만 확실한 행복'의 참된 맛이다. 그리고 그러한 '작지만 확실한 행복'이 없는 인생은 메마른 사막에 지나지 않는다고 나는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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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 예술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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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이: 무라카미 하루키


1. "아무리 바삭바삭하게 구워달라고 말해도 토스트가 주문대로 구워져 나온 적이 없다니까. 이해가 안 돼. 일본인의 근면함과 하이테크 문화와 데니스 체인에서 추구하는 시장 원리가 있으면 토스트를 바삭바삭하게 굽는 것쯤 어렵지 않을 거 아냐, 안 그래? 그런데 왜 그게 안 되는 거냐고, 토스트 하나 주문대로 못 굽는 문명에 무슨 가치가 있는 거지?"

2. "그래서 생각하는 건데, 인간은 기억을 연료로 해서 사는 게 아닐까? 그게 현실적으로 중요한 기억인지 아닌지 생명을 유지하는 데는 아무래도 상관없는 것 같아. 그냥 연료야. 신문 광고지가 됐든, 철학책이 됐든, 야한 화보사진이 됐든, 만 엔짜리 지폐 다발이 됐든, 불을 지필 때는 그냥 종이쪼가리잖아? 불은 '오오, 이건 칸트잖아' 라든지 '이건 요미우리 신문 석간이군' 이라든지 '가슴 끝내주네' 라든지 생각하면서 타는 게 아니야. 불 입장에선 전부 한낱 종이쪼가리에 불과해. 그거랑 같은 거야. 소중한 기억도, 별로 소중하지 않은 기억도, 아무 짝에도 쓸모가 없는 기억도, 전부 공평하게 그냥 연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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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 예술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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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를 그만두기 전부터,

시간이 되면 엄마랑 여행을 해야지 생각을 해왔다

비행기를 타고 싶어서,

그것보다는 "엄마" 와 "단둘이" 비행기를 타고 싶어서

마카오, 태국 등을 알아보긴 했는데

기온이 이미 "너 여기 와서 죽어 보세요" 였으니

더위가 쥐약인 나에게는 그래도 한국의 6월이 낫겟다 싶었고

행선지는 엄마가 정했다

올 여름 이지경일줄 알았으면 차라리 태국가서 두 달 가난하게 있다 올걸..

 

전라도!!!

그 중에서도 담양-순천-여수 의 2박 3일 코스를 대령하라는 어명이 내려졌다

난 담양만 가 봤다

약 8년 전에..아련...

 

전라도 Virgin 인 내가 블로그만을 의지해서 짠 동선

기억하기 위한 기록을 시작한다

아침 9시 버스를 안산 터미널에서 탑승하여 약 3시간 반이 걸려 담양 터미널 도착

죽녹원으로 직행하여 입구 옆에 있는 "죽녹원 식당" 에서

18,000원짜리 소+돼지 떡갈비 정식 을 먹었는데,

고기맛이며 반찬이며 그냥 다 좋았다

00가 유명한 데 가서 그거 먹지 말라고들 하던데,,

왜, 좋던데 나는~~~

 

제일 인상적이었던 건 서빙하는 아줌마들의 친절함

이걸 뭐라고 설명해야 할 지 모르겠는데

 짧은 2박 3일 동안 우린 전라도너들의 츤츤한 친절을 정말 많이 경험하게 된다

돈 쓰러 우리 식당에 왔으니 내가 이정도는 해준다~가 아니라

우리 고장에 온 손님이 궁금해 하는 거, 원하는 건

내가 할 수 있으면 응당 다 도와줘야지 그런 느낌?

 

버스 정류장에서 누가 "저기요~" 만 해도 일단 경계의 쉴드부터 치고 살던 나에게는 너무도 낯설어서, 이 친절을 받아들이는 데도 적응이 필요하더라

대나무는 길고, 곧고, 푸르다

죽녹원은 내가 상상한 만큼, 딱 그대로였다

한 달만 일찍 왔더라면 대숲을 돌아다니는 이 바람이 더욱 산뜻했겠다는 아쉬움 하나와

무라카미 소설 중 대나무 밭에서 목맨 여자가 있었던 거 같은데,

뭐,,무라카미 소설에선 두 권중 하나에선 반드시 누군가가 목을 매니까..

스산함도 추가요

대가 있는 곳에 응당 판다도 있어야지!

죽순을 좋아한다

짬뽕이나 쟁반짜장에 들어간 묘한 식감의 죽순을 좋아한다

 

사진에서 맨 오른쪽에 보이는 짙은 갈색이 어린 죽순이다

진짜 애기 죽순은 더 새까맣다

마치 잘 갈아 놓은 창 끝처럼 색도, 날카로움도 위협적인데

이게 또 막상 가서 만져보면 말랑말랑 하다

그 어린 것이 자라고 자라다가

중간에 있는 대나무처럼 푸른 대가 치고 올라오면서 먼저 났던 어두운 갈색의 껍데기들을 벗기며 저 위로 위로 점점 업이 되어가는 것이다

이 첫 초록의 색감은 이미 굵어질 대로 굵고 길대로 길어진 어른 대나무들의 색과 비교할 수 도 없이 푸르다

이렇게 연약해 보이는 줄기가 까마득한 높이까지

휘지도, 부러지지도 않고 잘도 자란다

 

6월도 여름이다

5월도 여름이었으니 6월은 이제 여름의 중간이다

땀이 흐르고, 지친다고 느낄 때 쯤 깔끔한 한옥 찻집이 보인다

창가에 엄마와 나란히 앉아

나는 아이스, 엄마는 늘 그렇듯 따뜻한 아메리카노를 시킨다

(이 날 만큼은 부럽다는 듯이 내것을 쳐다보셨다)

액자 속 명작을 보고 있는 미술관 방문객처럼 우리는 창밖의 대숲을 보며

그대로 실내까지 관통하는 바람에 행복해하며 커피를 마신다

여기에 비가 오면, 눈이 오면 정말 좋겠다~

를 열 번쯤 말하면서..

 

우리가 간 날부터 돈을 받기로 했다는 메타세콰이어 길은 입구에 가서 사진만 찍고 왓다

그리고 순천으로 이동, 아직 첫째날..ㅎㅎ

순천에 저녁 도착.

시장통에 있는 그 유명한 "건봉국밥" 에서 국밥에 잎새주를 마시며 첫째날을 마무리했다

건더기가 너무 많아서 놀랐고,

내가 그걸 다 먹어서 놀랐고,

생양파가 너무 달고 맛있어서 세 번 리필하는 나를 보고 또 놀랐네

엄마를 위해 열심히 고른 모텔 ㅎㅎ

시트 깔끔하고, 청소 잘 되어 있고 무엇보다

안마의자가 있다는 점을 높이 산다

(그렇게 걷고도 난 새벽 4시가 되어서야 잠들었다..ㅠㅠ왜일까)

 

둘째 날 시작, 유명한 순천만 국가 정원 방문!

더운데 그 드넓은 데를 걷다 보니 우린 둘 다 지쳤다

어디서 본 건 있어가지고 유명한 포토존인 이 분홍차를 발견하고

엄마와 둘이 힘겹게 셀카봉으로 사진을 찍고 있었는데..

안쓰러웠는지 삼각대를 들고 혼자 여행 온 듯한 젊은 아가씨가 선뜻 찍어드리겠단다

How nice!!

프로의 향기. 4장 정도를 찍더니 차 정면에서도 찍자고 ㅎㅎ

너무 고마운데 우리가 심하게 지쳐 있었다

지금 보니 정말 귀엽게 찍힌 사진

엄마랑 나랑 나이 합쳐보니까..

3년 있으면 100살.

올레!!

순천만에서 엄마가 찍어준 사진

한 가지만 부탁했었다

제발 발목만 자르지 말라고...

고맙게 무릎부터 잘라주셨네 우리 어무니

고맙습니다

다 만들어 놓은 부케 같았던 어느 집 담장에 피어있는 장미

땡볕에 걷느라 너무 힘겨웠던 오전을 보내고, 점심은 짱뚱어탕을 먹었다

사실 꼬막정식을 먹고 싶었는데 지금 철이 아니라 꼬막이 끈적할 것이라는 로컬 아줌마의 충고를 새겨듣길 잘했지

솔직히 난 여기까지 와서 이런거 먹고 싶지 않았다

더 거하게 먹고 싶었어

근데.....

드세요

짱뚱어탕 두 번 드세요!!!!!!!!!!

아아 그 깊은 감칠맛을 어떻게 묘사할 수 있을까요

저같은 인간따위가...

여수로 이동

여수 밤바다를 천 번은 들었을거야..

궁금했다. 이 곳에 뭐가 있는지

케이블카 타고 오동도 쪽으로 이동

오동도까지 걷고, 지겹지도 않다는 듯이 바다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음악분수를 보고, 다시 케이블카를 타려다가

어둠이 깔린 여수를 보고 싶다고 엄마를 졸라

오동도 근처 식당에 들어가서 갈치조림을 간단히 먹었다

여수 밤바다

그와 우리가 그렇게 열심히 불렀던 여수 밤바다..

돌아가는 케이블카에서 음악을 틀었는데

엄마가

"여~수 앞바~다~"

라고 불러서 술이 홀랑 깼다..

두 번째 모텔

선택 기준은 엄마가 나랑 와야만 갈 수 있는 곳으로

복층으로 된 골드 테마의 무인텔

깔끔하고 괜찮았는데 엄마는 계단 왔다리 갔다리 하는게 귀찮다고 했고,

침대에서 떨어져서 그 1층으로 연결되는 계단으로 데굴데굴 굴러가면 어떡하냐고

걱정하느라 잠을 못잤다는데

엄마........가와이.....

셋째날, 우리의 마지막 일정 여수 향일암

아찔한 바다가 내려다 보이는 향일암의 사진은 하나도 없고

파전이랑 간장게장 사진만 있네..ㅋㅋ

일정 끝이라 긴장 풀린듯

 

이후 우린 시내로 돌아와서 시장투어를 하고

서울에선 5만원은 줘야 하는데 만원에 준다는

더워서 기절한 듯 자고 있는 무방비 상태의 새끼고양이들을 쭈그리고 앉아 구경한 후 집으로 오는 버스에 올랐다

안산터미널에 도착하자마자

줄지어 있는 버스들을 보며 엄마가 그랬다

"또 가고 싶다~~"

나도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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